독해력과 음모론 사이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심리적 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글을 잘 읽는 사람이라면 말도 안 되는 주장에 속지 않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심리학 연구는 그것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SNS에서 “우주와 마음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문장을 보고 왠지 깊은 뜻이 있는 것처럼 느낀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의미를 설명할 수 없는데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 순간, 우리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University of Waterloo) 연구팀이 학술지 「Judgment and Decision Making」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약 800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독해력이 낮을수록 의미 없는 문장을 ‘깊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음모론·사이비 과학·종교적 믿음에 대한 수용성과도 연결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독해력과 비판적 사고, 그리고 인지 편향의 관계를 알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이번에도 성격연구자이자 악역도감 저자인 토키와(@etokiwa999)가 해설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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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次
독해력과 음모론 믿음의 심리학적 배경
문법적으로 올바른 문장은 설령 내용이 없더라도 사람들에게 ‘의미 있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 연구의 핵심 출발점입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유사심오한 헛소리(pseudo-profound bullshit)’라고 명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전체성은 무한한 현상을 고요하게 한다”라는 문장을 떠올려 보세요. 문법적으로는 완벽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연구 결과, 대학생 280명에게 이런 유형의 문장을 읽히고 1점(전혀 깊지 않다)부터 5점(매우 깊다)까지 평가하게 했을 때 평균 점수는 2.6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대부분의 사람이 ‘약간 깊다’고 반응한 것입니다. 나아가 전체 참가자 중 약 27%는 3점 이상을 부여했습니다. 4명 중 1명 이상이 의미 없는 문장을 상당히 깊다고 느낀 셈입니다.
이 현상이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사람은 처음에 일단 받아들이고, 나중에 의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나중에 의심하는 단계’에서 비판적 사고력이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 문장 구조가 정돈되어 있으면 신뢰감이 생깁니다.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는 것입니다.
- 추상적 언어는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의미가 없으니 틀렸다고 증명하기도 힘듭니다.
결국 독해력이란 단순히 글자를 읽는 능력이 아니라, 인상과 의미를 분리해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부족할 때 우리는 음모론이나 사이비 과학의 그럴듯한 문장에 더 쉽게 설득될 수 있습니다.
‘유사심오한 헛소리’란 무엇인가 — 거짓말과의 차이
헛소리(bullshit)는 거짓말과 다릅니다. 거짓말은 진실을 알면서도 반대로 말하는 것이지만, 헛소리는 진실 여부 자체에 무관심한 말입니다. 인상을 주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기 때문에 사실 확인을 애초에 하지 않습니다.
유사심오한 헛소리의 3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추상어가 많다: ‘에너지’, ‘의식’, ‘우주’, ‘조화’ 같은 단어는 정의가 불분명해서 누구나 자기 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특정 의미를 지정하지 않는다: 해석의 여지가 넓을수록 “맞아, 나도 그렇게 느껴”라는 반응이 나오기 쉽습니다. 이는 바넘 효과(Barnum effect)와도 유사합니다.
- 반박이 어렵다: “의식은 현실을 조화롭게 한다”는 문장이 틀렸다고 증명하려면 먼저 ‘의식’과 ‘조화’의 정의부터 따져야 하는데, 그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연구에서는 이런 문장들을 실제로 수집해 참가자에게 평가하게 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문장이 문법적으로 완벽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내용이 있다고 느끼기 쉽다는 것입니다. 형식이 내용의 판단을 앞서는 이 인지 편향은 우리가 사이비 과학이나 음모론에 노출될 때도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전문가처럼 보이는 말투”만으로도 신뢰를 얻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비판적 사고력과 인지 편향 — 직관에 의존할 때 생기는 일
비판적 사고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의미 없는 문장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상관계수는 약 −0.33으로 유의미한 수준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즉각적인 직관으로 답하고 싶어지지만 정답을 얻으려면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을 풀게 했습니다. 예컨대 “야구 배트와 공의 합계가 1달러 10센트이고 배트가 공보다 1달러 비싸다면 공의 가격은 얼마인가?”라는 문제입니다. 대부분 10센트라고 직관적으로 답하지만 정답은 5센트입니다.
이 과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 유사심오한 헛소리 문장에 낮은 점수를 줬습니다. 의미를 확인하려는 습관이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 진짜 명언과 헛소리를 더 잘 구분했습니다. 단순히 의심하는 게 아니라 의미를 비교하는 능력을 보여 준 것입니다.
- 음모론·종교적 믿음·사이비 과학에 대한 수용도가 낮았습니다. 연구에서는 이 세 가지 항목 모두에서 유의미한 관련성이 확인됐습니다.
반면 직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참가자일수록 유사심오한 문장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직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 직관만을 기준으로 삼으면 인지 편향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종교적 믿음·음모론 심리와 독해력의 연관성
연구에서는 유사심오한 헛소리를 깊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한 참가자일수록 음모론, 종교적 믿음, 대체 의학에 대한 수용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는 독해력이 단순히 학업 성취에 그치지 않고 일상적인 정보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구체적으로 확인된 관련 항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음모론 심리: “세상은 소수의 집단이 비밀리에 지배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에 동의하는 경향이 더 강했습니다. 근거가 불분명한 주장도 그럴듯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 종교적 믿음: 종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근거 없이 신앙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헛소리를 수용하는 메커니즘과 유사하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 사이비 과학 및 대체 의학: 과학적 증거가 없는 치료법이나 건강 정보를 쉽게 신뢰하는 경향과 연관성이 관찰됐습니다.
- 초자연적 믿음: 점성술, 기(氣) 에너지, 텔레파시 등에 대한 믿음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연구가 “종교를 믿는 사람이 어리석다”거나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구가 밝힌 것은 의미를 검증하지 않고 인상만으로 판단하는 인지적 습관이 특정 유형의 믿음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독해력 향상이 단순한 국어 실력의 문제가 아닌 이유를 잘 보여 줍니다.
SNS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독해력 향상 전략
짧고 추상적인 표현이 넘쳐나는 SNS 환경에서는 유사심오한 문장이 오히려 더 ‘깊어 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실제 SNS 게시물도 분석에 포함했는데, 그 평균 점수는 2.77점으로 무작위로 생성된 헛소리 문장(약 2.6점)보다 소폭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두 유형의 평가 간 상관계수는 0.88에 달해, 같은 방식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 줬습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독해력과 비판적 사고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연구 결과에서 도출한 실천 가능한 방법 4가지를 소개합니다.
- ‘이 문장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가?’ 자문하기: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면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 습관이 비판적 사고의 출발점이 됩니다. 매일 뉴스 기사 1개를 읽고 3문장으로 요약해 보세요.
- 근거를 묻는 습관 만들기: 어떤 주장이든 “왜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를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이 질문은 인지 편향에서 벗어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 추상적 단어를 구체적으로 바꿔 보기: “에너지가 좋다”는 문장을 들으면 “어떤 에너지인가? 어떻게 측정하는가?”라고 되물어 보세요. 구체성이 없으면 의심해야 합니다.
- 결론을 내리기 전에 반대 의견도 찾아보기: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에서 벗어나려면 의도적으로 반대 근거를 검색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이 독해력 향상에도 직접 기여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일단 받아들이고 나서 의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의심하는 단계 자체를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SNS를 스크롤할 때 “이 문장이 실제로 무엇을 말하는가?”라고 단 한 번만 더 생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독해력이 낮으면 왜 음모론을 더 잘 믿게 되나요?
독해력이 낮으면 문법적으로 올바른 문장을 의미 있는 것으로 느끼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음모론 문장은 대개 추상적이고 반박하기 어려운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의미를 검증하지 않고 인상으로만 판단하는 사람에게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비판적 사고력이 낮을수록 음모론 심리와의 연관성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사심오한 헛소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장인가요?
“전체성은 무한한 현상을 고요하게 한다”, “의식은 우주와 조화를 이룬다”처럼 문법적으로는 맞지만 구체적인 의미가 없는 문장입니다. 연구에서는 의미 있는 단어를 무작위로 조합해 이런 문장을 만들었습니다. 내용이 없음에도 많은 사람이 ‘약간 깊다’고 평가했으며, 이것이 유사심오함의 핵심 특징입니다.
직관에 의존하는 것이 나쁜 건가요?
직관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빠른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직관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할수록 의미 없는 문장을 ‘깊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중요한 정보를 판단할 때는 직관과 논리적 사고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SNS에서 어떤 종류의 게시물을 조심해야 하나요?
“에너지”, “파동”, “우주”, “의식” 같은 단어가 많이 등장하지만 구체적인 근거나 정의가 없는 게시물을 주의하세요. 연구에서 실제 SNS 게시물도 유사심오한 헛소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아름답게 들리더라도 “이 문장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독해력을 실생활에서 높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읽은 내용을 자신의 말로 요약해 보는 습관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또한 어떤 주장을 접할 때 “왜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근거가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러한 비판적 사고 훈련은 독해력 향상과 직결되며, 결과적으로 사이비 과학이나 음모론에 덜 취약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독해력이 높으면 음모론을 절대 믿지 않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연구에서도 독해력이 높은 사람 중 일부는 여전히 의미 없는 문장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독해력은 경향성을 낮추는 요인이지 완전한 면역은 아닙니다. 스트레스, 감정 상태, 정보 과부하 등 상황적 요인도 판단력에 영향을 미치므로 항상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연구 결과는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나요?
원본 논문은 「On the reception and detection of pseudo-profound bullshit」이라는 제목으로 학술지 「Judgment and Decision Making」에 2015년 게재됐습니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Cambridge University Press 홈페이지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 800명을 대상으로 한 복수의 실험을 통해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마무리 — 독해력과 음모론 저항력을 함께 키우는 첫걸음
이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독해력과 음모론 사이의 관계는 단순히 “똑똑하면 속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연구가 보여 주는 것은, 의미를 검증하는 습관 즉 비판적 사고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핵심이라는 점입니다. 문법적으로 정돈된 문장, 그럴듯한 단어의 나열, 추상적이어서 반박하기 어려운 주장. 이런 특징들은 음모론과 사이비 과학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에 취약해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위에 작은 습관을 쌓아 가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SNS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를 골라 “이 문장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 한 가지 질문이 독해력을 높이고 인지 편향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 됩니다. 자신의 판단이 인상에 기대고 있는지, 아니면 의미에 근거하고 있는지 — 오늘 읽은 내용으로 한번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